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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잘자는 잠

[잘자는 잠 시리즈] 1. 잠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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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침대 광고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카피라이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국민 남동생(?) 박보검 님의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 라는 문구였죠. 매일매일 좋은 침대에서 잤더니 매일매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이 말이 와닿았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잠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 잠을 잡니다. 잠을 자는 것의 정의는 "외부환경에 대한 반응이 가역적으로 감소되어 있는 상태" 라고 합니다. 코마상태와 마취는 비가역적으로 반응이 감소되어 있는 것(=바로 깨어날 수 없음)으로 잠을 자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잠을 자고 있는 무의식 상태에서 뇌는 외부 자극 보다 내부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모든 고등 척추동물은 잠을 잡니다. 모든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는 잠을 자지만 포유류와 몇몇 조류만 REM 수면을 가집니다. 수면의 형태 또한 다양한데 bottle nose dolphin은 한쪽 대뇌반구가 잠을 잘 때 다른 한 쪽 대뇌반구가 활동하고, indus dophin 은 microsleep 을 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신기하쥬? 돌고래에게 뇌파를 찍었다는데 어떻게 찍었을지 조금 잔인(?)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뇌파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깨어있거나 복잡한 생각을 할 때는 아주 뇌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뇌파가 빠르고 진폭(높낮이)이 작게 나타납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아래의 그림을 펜으로 그린다고 생각했을 때 높낮이를 크게 그리면 같은 시간 내에서 빨리 움직이기 어렵운 것과 같습니다. 즉, 뇌 활동이 활발하다=뇌파가 작고 빠르다=깨어있는 상태이고, 잠자는 뇌파는 뇌 활동이 저조하므로 느리고 진폭이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진폭이 크고 느린 뇌파는 잠을 자는 상태거나 뇌가 많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 아이, 혹은 뇌 활동이 떨어져있는 어르신들이나 코마상태 등에서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깨어있을 때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뇌파를 찍으면 빨리 활동하는 작고 복잡한 뇌파에서 잠이 들수록 점점 크고 느린 뇌파가 나타나게 됩니다. 

 

bottle nose dolphin 의 뇌파, a)오른쪽, 왼쪽 모두 깬 상태, b)오른쪽 대뇌는 입면, 왼쪽은 깬 상태, c)오른쪽 대뇌 깊은 수면, 왼쪽은 깬 상태, d)오른쪽 깬 상태, 왼쪽은 깊은 수면상태 

 

그렇다면 수면이 왜 필요할까요? 수면에는 2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회복을 하기 위해서 잠을 잔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낮과 밤에 대한 적응과 에너지 저장, 즉 살아남기 위해 잠을 잔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잠을 자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에서 수면이 active mechanism 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기전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잠을 잘 때 신체 내에서 여러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변화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서 수면의 단계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의 수면 사이클은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6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생각했을 때 수면 사이클은 3번 정도 돌게 되는 것이지요.    



* Sleep cycle  

1. Non-REM sleep (Stage 1~3)

REM 수면이 아닌 상태를 Non-REM 수면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수면학자 William Dement 는 이 상태를 "Idling brain in a movable body" 라고 표현했습니다. 뇌는 활동이 저하된 상태이나 몸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이 때의 뇌파를 확인해보면 아주 큰 진폭의 느린 뇌파가 특징적이며 이 상태의 사람을 깨웠을 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Non-REM 수면은 stage 1에서 3까지 구분할 수 있고 과거에는 stage 4까지 나눴으나 3과 4는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수 년전부터 3, 4 단계를 3단계로 통합했습니다.  


2. REM sleep

REM 수면은 rapid eye movement 의 줄임말로 잠을 잘때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동자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깊은 수면 단계로 볼 수 있으며 William Dement 는 이 상태를 "Active hallucinating brain in a paralyzed body" 라고 표현했습니다. 활동적이며 환각(=꿈)을 보는 뇌이지만 몸은 마비된 상태로 뇌는 매우 활동적이어서 깨어있을 때보다 산소 소모량이 많으나 반면 온 몸의 근육에는 힘이 빠진 상태가 특징적입니다. 90-95%의 사람은 이 시기에 깨우면 꿈을 꾸고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REM 수면은 아주 깊은 수면상태이나 뇌는 깨어있을 때 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이런 REM 수면을 역설적 수면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밤동안의 수면 사이클*은 Non-REM 수면(stage 1, 2, 3, 4)과 REM이 3~4 cycle 을 도는데 잠을 자기 시작한 초기에는 Non-REM 수면시간이 길고 아침이 될수록 stage 3, 4 의 시간이 줄어들고 REM 수면 시간이 길어집니다. *1 사이클: stage 1 --> 2 --> 3 -->(4) --> REM  (최근 Non-REM 단계를 stage 3까지로 수정)

 

수면 사이클- 아침이 다가올 수록 연두색의 REM 수면이 길어짐을 알 수 있다

 

REM 수면 동안의 FDG-PET 영상으로 산소 소모량을 확인해 보면 깨어있는 상태보다 연합시각피질 영역과 변연계가 활성화 되어 있는 반면 전두엽은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REM 수면과 Non-REM 수면 상태를 비교했을 때도 연합시각피질영역이 활성화 됨을 보입니다. REM 수면 때 생기는 꿈은 해석하기 힘든 영상들의 연속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뇌가 통합적으로 활성화 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활성화 되어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FDG-PET 영상

 

 


* Physiologic activity during sleep  

1. 뇌의 활동

각성 상태에서 점점 잠이 들면서 Non-REM 수면으로 입면하기 시작하면 뇌의 활성도가 저하됩니다. 깨어있을 때의 다양하고 랜덤으로 발생하던 뇌의 활성도는 점점 동기화 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REM 수면에 들어가게 되면 뇌의 활성도는 다시 활발해지고 때로는 깨어있을 때보다 더 활성화 되기도 합니다. 


2. 체온

수면에 들어가면서 체온이 조금 내려가면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고 Non-REM을 거쳐 REM 에 이르기까지 점차 체온이 떨어져 REM 에서 가장 낮아집니다. 


3. 호흡

깨어있을 때는 말을 하거나 감정, 운동, 자세에 따라 호흡이 달라지며 불규칙한 호흡을 하게 되고 Non-REM 수면 시 호흡빈도가 감소하면서 규칙적으로 호흡하게 됩니다. 그리고 REM 수면에서는 다시 다양하면서 증가된 호흡빈도를 보입니다. 


4. 심혈관 활동

잠을 자는 것은 계속 뛰어야 하는 심장에게 조금 쉴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심장을 조금 천천히 뛰게 해주는 것이 수면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Non-REM 수면에서 심박수와 혈압이 전체적으로 감소되지만 뇌와 마찬가지로 REM 수면에서는 심혈관 활동이 변화가 현저해지고 혈압 및 심박수, 혈류량이 증가합니다. 


5. 꿈

보통 REM 수면 시 꿈을 꿉니다. 꿈은 이상하고 논리적이지 않고 랜덤하죠. 가위 눌리는 것은 REM 수면 중 몸은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데 악몽을 꾸다가 순간적으로 잠이 깨면 몸이 안 움직여지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꿈은 그날 있었던 일이나 최근에 경험한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일 수도 있고 단순하게 뇌의 랜덤한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6. 그 외

신장기능, 요 생성 등의 대부분의 생리활동이 저하되지만 어떤 활동 등은 깨어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더 증가되기도 합니다. (성장호르몬, 소화, 세포 회복과 성장 등은 자는 동안 활성이 증가 됨) 



*정리  

Non-REM: an inactive brain in an active body

REM: an active brain in an inactive body


정리하자면 Non-REM 수면은 활동적인 몸에 비활동적인 뇌 라고 볼 수 있고 REM 수면은 활동적인 뇌에 비활동적인 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잠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잠이란 수면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나, 한 사이클이 끝나고 다음 사이클에 들어갈 때 깨는 경우가 많은데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자서 수면의 3~4 사이클이 잘 돌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중간에 각성(깨는 것)이 생기지 않으려면 수면 무호흡이나 같이 자는 사람의 방해 등이 있으면 안되겠죠.


내가 과연 매일 좋은 잠을 자고 있을까요? 그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수면다원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면다원검사는 위에서 설명한 자면서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따라 수면의 단계를 점수화하여 수면의 질과 양을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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